미 15% 글로벌 관세 오늘 발효…대법원이 막았는데 왜 또 관세인가

2026년 2월 24일 오후 2시 1분(미 동부시간 0시 1분),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글로벌 관세가 발효됐다. 불과 나흘 전 연방대법원이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결했는데, 어떻게 또 관세가 부과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법적 근거를 바꿔서 관세를 다시 걸었다. 대법원이 꺼낸 건 하나의 법(IEEPA)이고, 트럼프가 새로 꺼낸 건 다른 법(무역법 122조)이다. 관세율은 비슷하지만 구조가 완전히 달라졌고,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이전과는 다르다.

이 글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국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진짜 주목해야 할 위험은 무엇인지를 정리한다.


4일 만에 무슨 일이 있었나: 타임라인

2월 20일 — 미 연방대법원, 6대 3으로 IEEPA 기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의회의 과세 권한을 행정부가 침해했다는 취지. 한국에 적용되던 15% 상호관세 포함, 전 세계 183개국 상호관세 전면 무효화.

같은 날 수시간 후 —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무역법 122조에 근거해 전 세계에 10% 글로벌 관세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 “거의 즉시 발효”될 것이라고 발표.

2월 21일 — 트럼프, 트루스소셜을 통해 “10%를 법적 최대치인 15%로 인상한다”고 추가 발표. 하루 만에 관세율 변경.

2월 24일 오후 2시 1분(한국 시간) — 글로벌 관세 공식 발효. 다만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우선 10%로 적용한다고 수입업자들에게 공지. 15% 인상 시점은 아직 불확실.


왜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 또 관세가 가능한가

핵심은 법적 근거가 다르다는 것이다.

대법원이 위법으로 판단한 것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관세다. IEEPA는 국가비상사태 시 대통령이 경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한 법인데, 대법원은 “이 법이 관세 부과 권한까지 위임한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헌법상 과세 권한은 의회에 있다는 원칙을 명확히 한 것이다.

트럼프가 새로 꺼낸 카드는 무역법 122조다. 이 법은 국제수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통령이 최대 15%의 관세를 최장 150일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1974년에 제정되었지만 실제로 발동된 적은 한 번도 없다. 트럼프가 이 법을 관세 부과에 사용한 최초의 대통령이 된 셈이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다. 대법원이 “A라는 열쇠로는 이 문을 열 수 없다”고 판결하자, 트럼프가 “그러면 B라는 열쇠를 쓰겠다”고 한 것이다. B 열쇠가 합법인지는 아직 판단되지 않았다.


기존 상호관세와 글로벌 관세, 뭐가 다른가

상호관세 (무효화)글로벌 관세 (신규)
법적 근거IEEPA무역법 122조
세율국가별 차등 (한국 15%, 중국 최대 54% 등)전 세계 일률 15% (현재 10% 적용)
기간무기한최장 150일 (7월 24일 만료)
연장 조건대통령 재량의회 승인 필요
면제 품목반도체, 일부 전자제품 등핵심광물, 승용차, 의약품, 항공우주 등

두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

첫째, 시한이 있다. 150일이 지나면 의회가 승인하지 않는 한 자동 만료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의회가 관세 연장에 동의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관세 정책 지지율은 34%에 그치고 있다.

둘째, 국가별 차등이 없다. 기존 상호관세는 한국 15%, 일본 24%, 중국 54% 등 국가마다 달랐다. 글로벌 관세는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것이 한국에는 오히려 유리한 구조적 변화를 만들어낸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 당장은 제한적, 진짜 위험은 따로 있다

단기적으로는 큰 변화 없음

한국에 적용되던 상호관세가 이미 15%였기 때문에, 15% 글로벌 관세로 대체되더라도 세율 자체는 동일하다. 한국무역협회도 “당장 한국 기업이 부담하는 관세 수준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히려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생겼다. 기존에는 일본·EU 등 경쟁국도 한국과 동일한 15% 관세를 적용받고 있었다. 한국은 한미 FTA 체결국이므로 기본관세(MFN) 면제 혜택이 있는데, 상호관세 체제에서는 이 혜택이 상쇄됐었다. 글로벌 관세 체제로 전환되면 FTA에 의한 기본관세 면제 효과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일부 회복할 수 있다.

진짜 위험: 150일 이내에 올 ‘다음 관세’

문제는 글로벌 관세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150일의 시간을 벌어 준비하고 있는 다음 관세 체계가 핵심 위험이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은 “전체 세수 측면에서 대략 같은 수준으로 관세를 계속 징수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도 “법적 수단은 변할 수 있지만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준비 중인 무기는 두 가지다.

첫째, 무역확장법 232조 (품목관세). 특정 품목의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는 판단 하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세율 상한이 없다. 이미 한국산 철강·알루미늄에 50%, 자동차·부품에 15%의 관세를 이 법으로 부과하고 있다. 자동차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5%로 인상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으며, 반도체도 232조 적용이 검토되고 있다.

둘째, 무역법 301조 (불공정무역 보복). 외국 정부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법적 근거였다. 세율 제한이 없고 효력이 영구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에 대한 301조 조사 착수를 예고했다. 미 하원이 한국 정부의 쿠팡 규제를 미국 기업 차별로 규정하고 조사에 나선 것도 301조의 연장선이다.

산업계가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교차 타격’이다. 301조로 플랫폼·서비스 분야를 조사한 뒤, 그 결과를 근거로 자동차나 반도체 등 제조 품목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구조다.


한국 정부의 대응

한국 정부와 국회는 기존 합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7월 한국은 3,500억 달러(약 50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이를 조건으로 상호관세가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상호관세 자체는 무효화됐지만, 정부는 대미 투자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회 대미투자특별위원회는 오늘(24일) 입법공청회를 개최하고, 3월 5일 본회의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을 처리할 예정이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바뀐 건 아무것도 없다. 미국과 약속해 이행하기로 한 것들은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대응의 배경에는 계산이 있다. 상호관세가 무효화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232조 품목관세 등 다른 수단으로 압박할 카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투자 약속을 철회할 경우 자동차 관세 25% 복원 등 보복이 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으로 주목할 타임라인

시점내용
2월 24일글로벌 관세 10% 발효 (15% 인상 시점 미정)
2월 24일국회 대미투자특별위 입법공청회
3월 5일국회 본회의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예정
3~5월 (추정)무역법 301조 조사 본격화
7월 24일글로벌 관세 150일 만료 시한
7월 이전232조·301조 기반 대체 관세 체계 발표 예상
11월미국 중간선거

정리

오늘 발효된 15% 글로벌 관세는 트럼프 관세 전쟁의 끝이 아니라 ‘리셋’이다.

대법원이 IEEPA라는 법적 근거를 꺾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법 122조로 150일의 시간을 벌었다. 이 기간 동안 232조와 301조를 활용해 새로운 관세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국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150일 안에 올 품목관세 확대와 301조 조사가 진짜 변수다. 자동차 관세 25% 복원, 반도체 품목관세 신규 부과, 쿠팡 이슈를 빌미로 한 교차 보복이 모두 가능한 시나리오다.

관세 정책의 법적 근거가 바뀌었을 뿐, 트럼프의 의도는 바뀌지 않았다. 법적 수단은 교체 가능하지만, ‘관세를 통해 미국에 대한 투자와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은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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