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한국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기업 이슈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스타벅스 탱크데이’다. 커피 한 잔의 프로모션에서 시작된 논란이 어떻게 재계 순위권 그룹을 통째로 흔드는 사태로 번졌는지, 시간순으로 정리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발단은 스타벅스코리아가 5월 15일부터 진행한 ‘버디 위크’ 이벤트였다. 문제는 홍보 이미지에 5월 18일 날짜와 함께 ‘탱크데이’라는 표현, 그리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를 넣었다는 점이다.
하필 그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다. 1980년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의 장갑차를 ‘탱크’가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의 경찰 발표(“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죽었다”)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까지 더해졌다. 두 표현이 한 이미지에 겹치면서,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스타벅스 측은 ‘탱크 텀블러’라는 명칭이 해외 제조사가 물탱크 모양에서 착안해 붙인 이름이고, 503㎖라는 용량도 17온스를 환산한 수치로 일본·슬로바키아 등에서도 동일하게 쓰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번 불붙은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불매운동, 그리고 깨지는 머그잔
논란이 커지자 온라인에서는 곧바로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일부 소비자들은 스타벅스 머그잔을 망치로 깨거나 텀블러를 훼손한 ‘인증샷’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오늘부터 스타벅스 안 마신다” “이마트도 불매한다”는 글이 주요 커뮤니티와 SNS를 도배했다.
여론이 격해진 데는 배경이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2022년 SNS에 ‘멸공’ 해시태그를 잇달아 올리며 정치적 논란을 빚은 전력이 있다. 당시에도 이마트·스타벅스 불매운동이 번졌고, 신세계 주가가 하루 만에 시가총액 1,600억 원 넘게 증발한 적이 있다. 이번 사태가 그 ‘학습효과’ 위에서 더 빠르게, 더 크게 번진 이유다.
정용진 회장, 두 번의 사과
정 회장은 발 빠르게 움직였다. 논란 직후인 5월 19일 1차 사과를 내놓았고, 5월 26일에는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그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나도 역사 교육을 받겠다”는 발언까지 더했다.
같은 날 발표된 그룹 내부 진상조사 결과는 이렇다.
- 고의성은 입증하지 못했다. 일부 임직원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 대신 리스크 관리 체계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마케팅은 기획자 기안 → 팀장 → 기획 담당 → 전략기획본부장 → 대표이사로 이어지는 4단계 결재 라인을 거쳤지만, 그 누구도 “5월 18일에 탱크데이는 안 된다”고 지적하지 않았다.
- 일부 결재자는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고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세계 측은 향후 경찰 조사에서 고의성이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시 징계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최고경영진이라도 부적절한 개입이 확인되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진짜 타격은 ‘실수’가 아니라 ‘돈’에서 나온다
이번 사태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로 불리는 진짜 이유는 감정싸움이 아니라 숫자에 있다.
주가. 1차 사과가 있던 5월 19일, 이마트 주가는 장중 한때 9만 400원까지 떨어졌다가 전일 대비 5.6% 하락한 9만 3,600원에 마감했다. 그 뒤로도 약세가 이어져 27일에는 8만 7,300원선까지 밀렸다. 정 회장은 이마트 지분 28.85%를 보유한 최대주주라, 주가 하락은 곧 그의 자산 손실로 직결된다.
지분 구조. 스타벅스코리아(SCK컴퍼니)의 최대주주는 지분 67.5%를 가진 이마트이고, 그 이마트의 최대주주가 정용진 회장이다. 즉 스타벅스 불매는 이마트 실적과 그룹 오너에게 그대로 전이되는 구조다.
계열사 연쇄 영향. 스타벅스는 이마트 계열사들과 내부거래 비중도 높다. 지난해 스타벅스가 신세계푸드로부터 사들인 원재료·상품 규모는 약 2,135억 원으로, 신세계푸드 전체 매출의 17% 수준이다. 불매가 장기화되면 충격이 다른 계열사로 번질 수 있다. 게다가 스타벅스는 지난해 1,062억 원을 배당했고, 이 중 약 717억 원이 이마트로 흘러간 안정적인 현금 공급처이기도 하다.
광주 변수. 신세계는 광주 어등산에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짓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하필 5·18의 도시에서 여론이 악화된 것은 사업 측면에서 뼈아픈 대목이다.
지금 상황은
사과가 두 번 나왔지만 여론은 가라앉지 않았다. 5·18 관련 단체는 정용진 회장 등을 고소하며 “기업과 직원에게 피해를 주려는 것이 아니라 총수를 처벌하자는 것”이라고 못박았고, “진정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는 한 끝까지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비판이 스타벅스 불매를 넘어 ‘신세계 불매’, 나아가 정 회장 퇴진론으로까지 확산되면서 그룹 전체가 사면초가에 몰린 모양새다.
여기에 6·3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점이라는 점도 사태를 더 키우는 변수다.
정리하며
한 장의 마케팅 이미지가 그룹의 시가총액과 오너의 거취까지 흔드는 장면은, 결국 ‘오너 리스크’와 ‘리스크 관리 부재’가 어떻게 실제 비용으로 돌아오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다. 4단계 결재를 거치면서도 아무도 멈추지 못했다는 사실은, 고의성 여부와 별개로 신세계 내부 검증 시스템에 대한 질문을 남긴다.
경찰 수사 결과와 불매운동의 지속 여부, 그리고 광주 사업의 향방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다. 이번 사태가 2022년 ‘멸공 논란’처럼 한 차례의 해프닝으로 끝날지, 아니면 그룹 지배구조와 신뢰에 더 깊은 흔적을 남길지는 정용진 회장의 ‘다음 행동’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