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애플이 한 일
이란 전쟁과 코스피 폭락에 완전히 묻혔지만, 애플은 이번 주에 역대급 제품 라인업을 쏟아냈다. iPhone 17e, M4 iPad Air, M5 MacBook Air, M5 Pro/Max MacBook Pro, Studio Display, 그리고 대미를 장식한 MacBook Neo까지. 하루에 하나씩,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쉬지 않고 발표했다.
이 중에서 맥북 라인업만 따로 정리한다. M5 Pro/Max MacBook Pro와 MacBook Neo. 이 두 제품이 가리키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하나는 AI 워크스테이션을 지향하고, 하나는 크롬북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다.
MacBook Pro M5 Pro / M5 Max — 애플 실리콘의 구조가 바뀌었다
Fusion Architecture: 싱글다이에서 멀티다이로
M5 Pro와 M5 Max의 핵심은 칩 자체의 설계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애플 실리콘 역사상 처음으로 3nm 다이 2개를 하나의 SoC(System on a Chip)로 결합하는 ‘Fusion Architecture’를 도입했다. 기존 M1부터 M4까지는 전부 싱글다이 설계였다. 이번이 멀티다이로 넘어간 첫 세대다.
두 개의 다이 안에 CPU, GPU, Media Engine, Neural Engine, 통합 메모리 컨트롤러, Thunderbolt 5 컨트롤러가 모두 들어간다. 다이를 분리하면서도 통합 메모리 아키텍처와 데이터 흐름은 유지했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왜 이게 중요한가. 싱글다이는 칩을 크게 만들수록 수율이 떨어지고 비용이 올라간다. 멀티다이로 가면 작은 다이 여러 개를 붙이는 방식이라 성능을 스케일링하기 쉬워진다. AMD가 라이젠에서 칩렛 구조로 인텔을 앞지른 것과 같은 흐름이다. 애플이 이 길로 들어섰다는 건 앞으로 M5 Ultra, 그 이상에서 더 공격적인 스케일링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스펙 비교
CPU: M5 Pro/Max 모두 18코어. 슈퍼코어 6개 + 퍼포먼스 12개. M4 Pro는 14코어, M4 Max는 16코어였으니 코어 수가 상당히 늘었다. 애플은 슈퍼코어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CPU 코어”라고 주장한다. 멀티스레드 성능은 M4 대비 30% 향상, M1 대비 2.5배.
GPU: M5 Pro 최대 20코어, M5 Max 최대 40코어. 코어 수 자체는 M4와 동일하지만 아키텍처가 다르다. 모든 GPU 코어에 Neural Accelerator가 내장됐다. 이건 GPU가 단순히 그래픽만 처리하는 게 아니라 AI 추론도 동시에 돌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 성능은 레이 트레이싱 기준 M4 대비 35% 향상.
AI 성능: LLM 프롬프트 처리 속도가 M4 대비 4배, AI 이미지 생성이 M1 대비 8배. 애플이 이번 발표에서 가장 강조한 부분이다. “개발자와 연구자가 맥북에서 직접 커스텀 모델을 트레이닝할 수 있다”는 게 공식 메시지. 맥북이 AI 워크스테이션을 지향하기 시작한 것이다.
메모리: M5 Max 기준 통합 메모리 최대 128GB, 대역폭 614GB/s. M5 Pro는 최대 64GB, 대역폭 306GB/s. 로컬에서 LLM을 돌리려면 메모리 대역폭이 핵심인데, 614GB/s면 상당한 규모의 모델을 온디바이스로 추론할 수 있는 수준이다.
SSD: 속도 전작 대비 2배. 최대 14.5GB/s. 기본 저장공간도 올랐는데, M5 Pro 모델은 1TB, M5 Max 모델은 2TB에서 시작한다.
네트워킹: N1이라는 애플 자체 설계 무선칩을 처음 탑재했다. Wi-Fi 7 + Bluetooth 6 지원. 기존 맥북에 들어가던 브로드컴 칩을 자체 칩으로 교체한 것이다. 애플이 모뎀(C1X), 무선(N1) 할 것 없이 모든 칩을 내재화하는 흐름의 일환이다.
기타: Thunderbolt 5 포트 3개, 배터리 최대 24시간, 12MP Center Stage 카메라, 6스피커 사운드 시스템. 외형 디자인은 2021년 M1 Pro/Max 때 도입한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했다.
가격
| 모델 | 시작가(USD) | 교육할인(USD) |
|---|---|---|
| 14인치 M5 Pro | $2,199 | $2,049 |
| 16인치 M5 Pro | $2,699 | $2,499 |
| 14인치 M5 Max | $3,599 | – |
| 16인치 M5 Max | $3,899 | – |
전작 대비 가격이 올랐다. 16인치 M4 Pro가 $2,499에서 시작했는데 M5 Pro는 $2,699. 다만 기본 저장공간이 2배로 늘었기 때문에 실질 인상폭은 애매하다. 3월 4일 사전주문, 3월 11일 출시.
MacBook Neo $599 — 애플이 처음 만든 “싼 맥북”
왜 이게 사건인가
애플은 역사적으로 저가 시장에 들어간 적이 없다. 가장 저렴한 맥북이 $999(MacBook Air)였고, 그 아래는 크롬북과 윈도우 노트북의 영역이었다. MacBook Neo는 이 벽을 부쉈다. $599. 교육할인 $499. 애플 역사상 가장 싼 노트북이다.
이게 단순한 가격 인하가 아닌 이유가 있다. Gartner는 올해 PC 가격이 17%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IDC는 PC 판매가 11.3%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다. 시장이 비싸지고 줄어드는 타이밍에 애플이 역대 최저가를 들고 나온 것이다. 크롬북과 윈도우 저가 노트북 시장을 정면으로 겨냥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IDC 애널리스트 프란시스코 헤로니모는 “Mac 제품 라인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발표 중 하나”라며 “애플이 macOS 설치 기반을 확대하고 교육·가격 민감 시장에서 윈도우·크롬북과 직접 경쟁하겠다는 전략적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아이폰 칩이 맥북에 들어갔다
MacBook Neo에는 M 시리즈가 아닌 A18 Pro 칩이 탑재됐다. 2024년 iPhone 16 Pro에 처음 들어간 그 칩이다. 맥 역사상 아이폰 칩이 맥에 들어간 건 처음이다.
A18 Pro의 스펙: CPU 6코어, GPU 5코어, Neural Engine 16코어, 통합 메모리 8GB. 애플은 “인텔 Core Ultra 5를 탑재한 베스트셀러 PC 대비 일반 작업 50% 빠르고, 온디바이스 AI 워크로드는 3배 빠르다”고 주장한다.
M 시리즈 대신 A 시리즈를 넣은 건 가격 때문이다. A18 Pro는 아이폰의 열 제약 환경에서 설계된 칩이라 발열이 적고, 팬리스 설계가 가능하며, 생산 비용이 M 시리즈보다 낮다. 이 선택 덕분에 $599라는 가격이 나올 수 있었다.
Apple Intelligence도 지원된다. Neural Engine 16코어로 Writing Tools, Image Cleanup 같은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돌릴 수 있다. $599짜리 노트북에서 AI가 돌아간다는 건 교육 시장에서 강력한 셀링 포인트가 된다.
스펙 정리
| 항목 | MacBook Neo |
|---|---|
| 칩 | A18 Pro (6코어 CPU, 5코어 GPU, 16코어 Neural Engine) |
| 메모리 | 8GB (업그레이드 불가) |
| 저장공간 | 256GB ($599) / 512GB + Touch ID ($699) |
| 디스플레이 | 13인치 Liquid Retina, 2408×1506, 500nits, 10억 색상 |
| 배터리 | 최대 16시간 |
| 포트 | USB-C 2개 (USB 3 1개 + USB 2 1개), 헤드폰 잭 |
| 무선 | Wi-Fi 6E, Bluetooth 6 (N1 칩 아님) |
| 카메라 | 1080p FaceTime HD |
| 무게 | 1.22kg |
| 색상 | 실버, 인디고, 블러시, 시트러스 |
빠진 것들
$599를 만들기 위해 잘라낸 것들이 있다.
MagSafe 없음. 충전은 USB-C 포트로 해야 한다. 키보드 백라이트 없음. 어두운 곳에서 타이핑할 때 불편하다. 햅틱 피드백 없는 트랙패드. 맥북 에어·프로의 Force Touch 트랙패드와 다르다. 60Hz 디스플레이. 120Hz ProMotion은 없다. USB-C 2개 중 하나가 USB 2.0. 외장 디스플레이 연결은 왼쪽 USB 3 포트에서만 가능. RAM 업그레이드 불가. 8GB 고정이고, 이건 가장 큰 논란 포인트다. 노치 없음. 대신 상단 베젤이 약간 두꺼운 아이패드 스타일.
8GB 메모리는 macOS가 부팅 시 약 6.5GB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실사용 여유가 1.5GB 수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크롬 탭 3개와 워드 문서 하나면 꽉 차는 거 아니냐는 비판이 있는 반면, M1 MacBook Air 8GB로도 충분히 쓰고 있다는 반론도 있다. 타깃이 영상 편집이나 개발이 아니라 웹 브라우징·문서 작업·넷플릭스라면 8GB로 충분할 수 있다.
경쟁 구도
MacBook Neo의 경쟁 상대는 MacBook Air가 아니다. 크롬북과 $500~$700대 윈도우 노트북이다.
이 가격대에서 알루미늄 바디, Retina 디스플레이, 16시간 배터리, Apple Intelligence를 동시에 제공하는 제품은 없다. 대부분의 경쟁 제품은 플라스틱 바디에 720p 카메라, 8시간 배터리 수준이다.
CNN은 “윈도우와 크롬북 고객을 끌어오려는 신선한 시도”라고 평가했고, Tom’s Guide는 “이 가격대 최고의 디스플레이”라고 했다. 반면 RAM 8GB 고정과 USB 2.0 포트 하나는 “2026년 신제품답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맥북 라인업 재편 — 가격 구조가 바뀌었다
이번 발표로 애플의 맥북 라인업이 완전히 재편됐다.
| 제품 | 시작가 | 칩 | 타깃 |
|---|---|---|---|
| MacBook Neo | $599 | A18 Pro | 학생, 첫 맥 사용자, 가격 민감 소비자 |
| MacBook Air 13/15 | $1,099~ | M5 | 일반 소비자, 가벼운 전문 작업 |
| MacBook Pro 14/16 | $1,699~ | M5 / M5 Pro / M5 Max | 개발자, 크리에이터, AI 연구자 |
주목할 점은 MacBook Air의 시작가가 $999에서 $1,099로 올랐다는 것이다. 대신 기본 저장공간이 256GB에서 512GB로 2배가 됐다. 애플이 Neo를 아래에 깔면서 Air의 포지션을 한 단계 올린 것이다.
이 구조는 아이폰과 같다. iPhone 17e($599) → iPhone 17($799) → iPhone 17 Pro/Pro Max($999~). 저가 모델로 생태계에 진입시키고, 시간이 지나면 상위 모델로 업그레이드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진짜 이야기 — 애플이 바꾸려는 것
이번 주 애플 발표의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위로는 AI 워크스테이션, 아래로는 크롬북 대체.
M5 Pro/Max는 로컬 AI를 향한다. LLM 프롬프트 처리 4배, 128GB 통합 메모리, GPU 코어마다 Neural Accelerator.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맥북 위에서 모델을 돌리고 트레이닝까지 하겠다는 것이다. 이건 개발자와 연구자에게 “맥북이 당신의 AI 워크스테이션”이라는 메시지다.
MacBook Neo는 생태계 확장을 향한다. $599로 맥을 처음 쓰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iCloud·Apple Intelligence·iPhone 연동으로 애플 생태계에 묶는다. 한번 macOS에 익숙해지면 다음 노트북도, 그 다음 노트북도 맥을 사게 된다. 이건 하드웨어 판매가 아니라 생태계 가입이다.
전쟁 뉴스에 묻혔지만, 이번 주가 맥 라인업 역사에서 꽤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애플이 $599~$3,899까지의 가격 스펙트럼을 한 번에 채운 건 처음이다.
3월 4일 사전주문 시작, 3월 11일 전 제품 동시 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