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어디까지 왔나
2월 28일 첫 공습 이후 일주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이 전쟁은 당초 “참수작전”이라는 이름과 달리, 점점 전면전의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숫자부터 보자.
미국은 이란 내 2,000개 이상의 표적을 타격했다. 미사일 수만 발을 쏟아부었고, B-2 스텔스 폭격기와 B-52 전략폭격기를 동시 투입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미사일 발사대 300대를 파괴했다고 발표했고, 이란의 비밀 지하 핵시설 ‘민자데헤’를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란 군함 17척이 격침됐고, 미 중부사령부는 “이틀 전만 해도 이란은 오만만에 11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오늘 그들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란 쪽 피해는 더 심각하다. 이란 적신월사 기준 최소 555명 사망, 131개 도시가 피격됐다. 수뇌부 49명이 제거됐고,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가족과 함께 사망했다. 참모총장 압둘라힘 무사비, 전 대통령 아마디네자드, 국방장관 나시르자데, 정보부 고위 관리 다수가 공습으로 사망한 것이 확인됐다. 전문가회의(최고지도자 선출 기구) 청사까지 폭격당했다.
트럼프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차기 지도부로 염두에 두고 있던 사람들도 숨졌다”고 말했다. 1차 참수작전이 끝나자마자 2차 참수작전을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의 세 가지 시그널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 세 가지 중요한 발언을 했다. 각각이 전쟁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4~5주 예상했지만, 더 오래 할 능력 있다”
단기 작전이 아니라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한 발언이다. 처음엔 “빠르게 끝날 것”이라고 했지만, 일주일 만에 톤이 바뀌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상관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전쟁이 예상보다 복잡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지상군 울렁증이 없다”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중동 전쟁에서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어왔다. 트럼프는 그 선을 지웠다. “아마 필요 없을 것이지만, 필요하면 보낼 수 있다”는 건 사실상 지상전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공습에서 전면전으로 넘어가는 시그널이 나온 셈이다.
“큰 파도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지금까지의 공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경고다. 2,000개 표적을 타격하고, 수뇌부 49명을 제거하고, 핵시설까지 폭격한 게 “시작”이라면 다음 단계는 무엇인지. 이란 입장에서는 최악의 메시지다.
이란은 무너지고 있나
아직 아니다.
이란은 반격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에 미사일과 드론을 발사했다.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미군기지가 탄도미사일에 피격됐고, 두바이 주재 미국 영사관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사우디 리야드의 CIA 지부까지 이란 드론에 맞았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IRGC 해군이 경고를 무시한 유조선 10척 이상에 미사일을 쏴 불태웠다. 민간 선박 4척도 피격됐다. 중동 운항 선박 보험료가 최대 50% 할증됐고, 두바이·도하 등 주요 공항이 폐쇄됐다.
헤즈볼라도 참전했다. ‘하메네이 보복’을 명분으로 이스라엘 군기지를 미사일로 공격했고, 이스라엘은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목표물에 대공세를 시작했다. 전선이 이란 본토에서 레바논까지 확대된 것이다.
이란의 실질적 권력자로 떠오른 라리자니는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40일 애도기간이 선포됐는데, 중동 전문가들은 이 기간이 이란 내부 결속의 시간이 될 것이라고 본다. 미국이 기대한 “수뇌부 제거 → 내부 분열 → 정권 붕괴” 시나리오와 반대로, 외부 침공이 오히려 이란 국민의 민족주의를 자극해 반체제 시위 동력까지 꺾어버렸다는 분석이다.
미군 피해 — 처음 나온 숫자들
미군 사망자 4명, 중상자 18명. 이 숫자는 작아 보이지만 의미가 크다. 이란 전쟁에서 미군 사망자가 처음 공식 확인된 것이다. 트럼프는 “그들의 죽음을 복수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발언이 전쟁 확대의 명분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쿠웨이트에서는 미 F-15 전투기 3대가 추락했다. 원인은 아군 방공망 오발(friendly fire)로 추정된다. 조종사 6명은 무사했지만, 전쟁 초기 혼란의 단면이다.
스리랑카 영해 인근에서는 이란 해군 호위함이 침몰해 140여 명이 실종됐다. 미국 공습과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스리랑카 정부가 답변을 회피하고 있다.
동맹이 무너지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동맹국들의 이탈이다.
스페인: 로타·모론 기지 사용을 거부했다. 트럼프는 “스페인과의 모든 무역을 끊겠다”고 선언했고, 스페인 ETF는 장외 6% 이상 급락했다. 15대의 항공기가 다른 기지로 재배치됐다. NATO 동맹국에 대한 무역 차단 위협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영국: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거부했다. 재무장관 대리 대런 존스는 “이라크 전쟁의 교훈을 배웠다”고 말했고, 영국은 방어 목적의 미군 기지 사용만 허용하고 있다. 트럼프는 영국을 “윈스턴 처칠 시대와 다르다”고 비판했지만, 무역 차단까지는 가지 않았다. 전략적 가치의 차이가 대응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
폴란드: 독자 핵무장을 선언했다. NATO 회원국이 NATO의 핵우산을 신뢰하지 못하겠다는 의미다. 유럽 최전선 국가가 “미국을 100%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걸프 6국: 이란의 반격에 격분해 ‘군사 대응’을 경고했다. UAE는 테헤란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을 철수시켰다. 사우디·UAE·바레인·카타르·쿠웨이트가 동시에 이란 미사일에 피격되면서, 이 전쟁은 미국-이란 양자 충돌에서 중동 전역의 다자 분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하메네이 사망 발표 14시간 만에 입장을 냈다. “주권 국가 지도자를 살해한 것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 규탄했고, 러시아 라브로프 외무장관도 “즉각적인 전쟁 중단”을 촉구했다. 중·러가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실질적 개입 가능성은 아직 낮다.
미국 내부 — 지지층이 먼저 갈라졌다
로이터·입소스 긴급 여론조사: 이란 공격 지지 27%, 반대 43%, 모르겠다 29%. 미국인 4명 중 1명만 찬성한 전쟁이다.
MAGA 핵심 인사들의 반응은 더 거칠다. 터커 칼슨은 “역겹고 사악한 행위”라고 했고, 마조리 테일러 그린은 “최악의 배신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앤드류 테이트는 “누구도 이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했고, 닉 푸엔테스는 “트럼프와 루비오가 이스라엘 영토 확장을 위해 미국인을 사지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이들은 민주당이 아니라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핵심 지지층이다.
트럼프의 대응은 “MAGA는 트럼프 그 자체다.” 자기 지지층이 배신감을 토로하는데 대답이 이거다.
루비오 국무장관의 발언도 혼선을 만들고 있다. 처음엔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선제적 조치”라고 했다가, 다음 날 “핵 협상에서 더 이상 성과를 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전쟁의 명분이 하루 만에 바뀌고 있다.
미군 사령관들이 이란 전쟁 참전을 성경의 종말론과 연결해 병사들에게 정당화하고 있다는 감시단체 보고도 나왔다. 군종교자유재단에 200건 이상의 불만이 접수됐고, 한 지휘관은 “이것은 하나님의 신성한 계획의 일부”라며 요한계시록의 아마겟돈을 인용했다고 한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가 기독교 민족주의 성향이라는 점도 맞물린다.
한국 — 숫자가 말하는 것
이란 전쟁이 한국에 미친 충격은 숫자로 드러난다.
증시: 코스피 이틀 연속 -20%. 3월 3일 -7.24%, 4일 -12.06%. 1980년 코스피 출범 이래 역대 최악의 폭락. 이틀간 시가총액 1,000조원 이상 증발. VKOSPI(공포지수) 80.85, 코로나(62)·금융위기(68)보다 높은 역대 최고치.
5일에는 +9.41% 반등했지만, 이건 기술적 되돌림이다. 어제 잃은 1,150포인트 중 480만 돌아왔다. 기관은 반등장에서 1.7조를 던지고 개인한테 넘기고 있다.
빚투: 신용거래융자 잔고 32조 8천억원으로 사상 최대.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신한투자증권·KB증권이 잇따라 신용거래를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했다. 업계 1~4위가 전부 문을 닫은 것은 자본시장법상 신용공여 한도(자기자본 100%)가 바닥났기 때문이다.
환율: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1,505.8원을 찍었다. 1,500원 돌파는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유가: 브렌트유가 $84까지 올랐고, 서울 강남 일부 주유소는 리터당 2,598원. 2주 전 서울 평균 1,700원대에서 전쟁 6일 만에 이 가격이면 유가 반영이 아니라 공포 반영이다.
정부 대응: 10조 증안펀드 가동 준비라고 했지만 실제 현금성 자산은 1,228억원. 캐피털콜 방식이라 금융기관 이사회를 거쳐야 납입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실제 투입된 건 2008년 금융위기 때 1,030억원이다.
시나리오별 전망 — 증권가 분석
증권가는 전쟁 기간과 유가를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1~2주 내 진정: 국제유가 70~80달러 안정, 코스피 5% 내외 조정 후 상승 추세 복귀. 과거 지정학적 사건(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때도 코스피는 일주일 내 낙폭을 회복한 전례가 있다.
1개월 지속: 유가 80~100달러, 코스피 10% 내외 추가 조정. 인플레이션 기대 재상승으로 금리 인하 기대 약화.
호르무즈 봉쇄 + 장기화: 유가 120~150달러 급등, 코스피 30% 하락 가능(대신증권 전망). 한국 원유 수입 70%가 호르무즈를 통과하기 때문에 공급망 차질이 직접적으로 타격한다. 경기 침체 확률 75%.
지금 상황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시나리오 사이에 있다. 트럼프가 “4~5주”를 언급한 건 최소 한 달 이상 지속된다는 뜻이고, 호르무즈에서는 이미 유조선이 피격되고 있다. 선박 보험료 50% 할증은 해운사들이 이 해협을 사실상 분쟁 해역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핵심 질문 — 이 전쟁은 어디로 가나
일주일이 지나면서 선명해지는 게 있다.
첫째, 이건 참수작전이 아니라 전면전이다. 수뇌부 제거에서 시작해 핵시설 파괴, 해군 무력화, 미사일 전력 제거로 확대됐고, 지상군 투입까지 언급되고 있다. 목표가 “이란의 핵 능력 제거”에서 “정권 교체”로 확장되고 있다.
둘째, 이란은 항복하지 않는다. 수뇌부를 잃었지만 미사일과 드론으로 반격 중이고, 헤즈볼라를 통한 대리전도 시작됐다. 40일 애도기간은 내부 결속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자국을 침공한 미국과 이스라엘을 후회하게 만들고자 강한 결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셋째, 동맹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스페인에는 무역 차단, 영국에는 비판, 폴란드는 독자 핵무장. NATO의 균열이 이란 전쟁을 계기로 드러나고 있다. 걸프 6국은 이란 반격에 격분해 군사 대응을 검토 중이고, 중·러는 규탄 성명을 냈다.
한국에게 질문이 하나 있다. 만약 대만해협 유사시에 한국이 평택 미군기지의 작전 사용을 거부하면 트럼프는 어떻게 나올까. 스페인처럼 무역을 끊을까, 영국처럼 비판으로 끝낼까. 이 전쟁이 끝나기 전에, 그 답을 준비해둬야 한다.